[503호는 없습니다] -2
※ 본 이야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403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신다면, 1편부터 읽고 오시는 것을 권합니다. **‘403호 사람이 이걸 읽고 있다면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뒤에서 끼이이익.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대로 굳었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문장을 읽자마자 뒤에서 소리가 들리니까 오히려 더 돌아보고 싶었다. 사람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하지만 이상하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끼이이익. 조금 전보다 가까워졌다. 복도 끝에서 무언가를 끌고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쿵. 이번에는 확실히 바로 뒤였다. 나는 눈을 감고 계단 쪽으로 뛰었다. 뒤에서 뭐가 따라오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5층에서 4층으로 내려와 그대로 403호까지 뛰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잠갔다. 도어락. 보조 잠금장치. 걸쇠까지 전부 잠갔다. 그리고 현관문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때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밖으로 도망가지 않고 403호로 돌아온 거지?** 분명 무서워서 도망친 건데. 계단을 한 층만 더 내려가면 됐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에는 여기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분명 급하게 뛰어 들어왔는데 내 오른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아까 봤던 **「403호 거주자 주의사항」이었다.** 나는 그 종이를 들고 나온 기억이 없었다. 종이를 다시 펼쳤다. 아까와 똑같았다. 1. 오전 2시 17분 이후 위층에서 가구를 끄는 소리가 들려도 확인하지 마십시오. 2. 소리가 세 번 들렸다면 현관문을 확인하지 마십시오. 3. 현관 앞에 의자가 놓여 있을 경우 절대 방 안으로 들이지 마십시오. 4. 503호에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주민을 믿지 마십시오. 5번은 여전히 검은색 펜으로 지워져 있었다. 그런데 아까는 없었던 문장이 하나 생겨 있었다. 종이 가장 아래쪽. 아주 작은 글씨였다. **6. 5층에서 소리를 들은 뒤 403호로 돌아왔다면 현관을 확인하십시오.** 순간 이상했다. 2번에는 분명 **현관문을 확인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6번에는 확인하라고 되어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규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띠리릭. 현관문 도어락에서 소리가 났다. 누군가 밖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삑. 삑. 삑. 삑.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현관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번호가 눌렸다. 띠리리리릭. 비밀번호가 맞았다. 잠금이 풀렸다. 나는 얼어붙었다. 이 집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철컥. 문고리가 천천히 내려갔다. 다행히 걸쇠를 걸어둬서 문은 손바닥 하나 들어갈 정도만 열렸다. 그 틈 사이로 복도가 보였다.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 아래로 무언가가 밀려 들어왔다. 사진 한 장이었다. 그리고 문이 다시 닫혔다. 철컥. 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주웠다. 오래된 즉석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이 방이 찍혀 있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403호. 지금보다 벽지가 훨씬 낡아 있었고 가구도 달랐지만 구조는 똑같았다. 방 한가운데에는 낡은 나무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 부분은 검게 긁혀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사진 아래쪽에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2019. 11. 03.** 그리고 뒷면에는 볼펜으로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503호는 원래 없었다.’** 나는 그 문장을 읽고 바로 방에서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동시에 이해가 안 됐다. 503호는 분명 있었다. 내가 직접 봤다. 501호. 502호. 503호. 문까지 확인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처음에는 받지 않았다. 끊겼다. 잠시 후 다시 걸려왔다. 같은 번호였다. 또 끊었다. 세 번째 전화가 왔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세 번’이라는 숫자가 너무 신경 쓰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대신 뭔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전화기 너머였다. 나는 바로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몇 호예요?” 목소리가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자가 다시 물었다. “403호예요?” 심장이 철렁했다. “누구세요?” 잠시 침묵. 그리고 여자가 말했다. “그 방에서 나와요.” “누구신데요?” “지금 바로.” “누구냐고요.” 그러자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거기 살았어요.”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내려다봤다. 2019년. 403호.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 “사진 속 사람이에요?”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한참 뒤 여자가 말했다. “사진을 봤어요?” “네.” “뒷면도?” “503호가 원래 없었다고…” 그 순간 여자가 내 말을 끊었다. “그럼 5층에 올라갔어요?” “네.” 이번에는 정말 오랫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 아주 작게 말했다. “큰일 났네.” “뭐가요?” “거기 5층 아니에요.”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네?” “그 건물은 원래 4층짜리예요.”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여자는 계속 말했다. “501호도, 502호도 없어요.” 머릿속에 아까 봤던 복도가 떠올랐다. 501호. 502호. 503호. 분명 있었다. “말도 안 돼요. 제가 직접…” “혹시 올라갈 때 계단 몇 칸인지 세어봤어요?” “그걸 왜…” “내려올 때는요?” 대답하지 못했다. 당연히 세어본 적 없었다. 그러자 여자가 말했다. “잘 들어요.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만 해야 돼요.” 그때였다. 천장에서 소리가 났다. 끼이이익. 여자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한 번. 끼이이익. 두 번. 나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여자가 급하게 말했다. “세 번째 소리 나기 전에 방에서 나가요.” “왜요?” “빨리요.” “나가서 어디로 가요?” “일단 1층까지 내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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