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의 호프가 웃긴 이유
나홍진 감독의 〈호프〉에서 독특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요소는 과도한 욕설이나 인물들의 무덤덤한 태도 자체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특징은 영화가 사건과 인물의 감정을 배치하는 방식, 즉 이야기의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반적인 극영화에서 하나의 사건은 인물에게 감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인물은 그 감정을 처리한 뒤 다음 행동을 선택한다. 따라서 ‘사건-충격-애도와 갈등-행동’이라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건의 정서적 무게가 축적된다. 그러나 〈호프〉는 이러한 과정을 의도적으로 압축한다. 사람이 죽거나 위협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인물들은 짧은 욕설이나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인 뒤 곧바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간다. 특히 누군가가 죽은 뒤 잠시 애도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움직이는 모습은 영화의 대표적인 웃음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서사적 압축은 영화 전체의 진행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호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충분히 해결되거나 감정적으로 정리되기 전에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이상현상은 인간의 죽음과 생존을 둘러싼 갈등으로 확대되고, 다시 정체불명의 존재와 더 거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 즉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인물들은 자신이 경험한 죽음과 공포를 충분히 소화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이때 욕설은 복잡한 감정을 설명하는 대사를 대신하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기능하고, 짧은 애도는 이미 발생한 사건을 다음 사건으로 넘겨주는 일종의 서사적 연결 장치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인물들의 반응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기보다 현실적인 인간의 반응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마주한 사람이 거창한 대사를 읊기보다는 욕설을 내뱉고, 누군가가 죽었다고 해서 그 자리에 계속 머물기보다는 당장의 위험을 피해 움직이는 모습이 더 즉각적인 인간의 반응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인 반응이 극단적으로 비현실적인 사건과 결합하면서 부조리가 발생한다. 끔찍한 죽음과 재난의 규모에 비해 인물들의 반응은 지나치게 짧고 일상적이며, 바로 이 간극에서 〈호프〉 특유의 블랙코미디가 만들어진다. 결국 〈호프〉의 웃음은 비극을 희화화하는 데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사건과 감정 사이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시간을 압축함으로써, 인물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든다. 욕설과 짧은 애도는 캐릭터의 거친 성격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건의 연쇄를 끊지 않는 서사적 장치이며, 이 빠른 서사적 리듬이 영화의 비극성과 일상성 사이에 독특한 부조리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호프〉의 블랙코미디는 이야기의 내용뿐 아니라, 비극을 처리하고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영화의 구조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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