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서 질문 많이 하는 게 무조건 좋은 줄 알았음
소개팅 나가기 전에 나름대로 대화 주제를 몇 개 생각해가는 편임. 어디 사는지, 학교나 직장은 어디인지, 취미는 뭔지, 주말에는 뭐 하는지 정도. 어색하게 아무 말도 못 하는 것보다는 질문이라도 계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어느 날 소개팅에서도 나름 열심히 질문을 했음. “학교 어디 다녀요?” “무슨 과예요?” “취미는 뭐예요?” “주말에는 보통 뭐 하세요?” 상대방도 처음에는 잘 대답해줬음. 그래서 나는 속으로 ‘오 생각보다 대화 잘 되는데?’ 하고 있었음. 근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방 답변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함. “아 네 ㅋㅋ” “그냥 집에 있어요.” “요즘은 별로 안 해요.” 나는 그걸 보고도 그냥 상대방이 원래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인가 보다 했음. 그러다가 내가 또 질문 하나를 던졌는데 갑자기 상대방이 웃으면서 “근데 저 지금 면접 보는 기분이에요ㅋㅋ” 라고 함. 순간 머리가 띵했음. 나는 관심을 보여주려고 질문을 계속한 건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질문에 대답하고 또 질문에 대답하는 상황이었던 거임.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랬던 거임... “취미가 뭐예요?” → 대답 “얼마나 하셨어요?” → 대답 “어디서 하세요?” → 대답 내 입장에서는 관심의 연속이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질문의 연속이었던 것. 그 뒤로는 질문을 하나 던지더라도 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했음. 예를 들어 상대방이 “저 요즘 러닝 시작했어요.” 라고 하면 예전에는 “일주일에 몇 번 뛰어요?” 라고 바로 물어봤을 텐데, 요즘은 “오 러닝이요? 저도 예전에 해봤는데 생각보다 진짜 힘들던데ㅋㅋ 어디가 제일 좋아요?” 이런 식으로 내 이야기를 조금 섞어보는 중임. 그랬더니 확실히 대화가 달라진 게 느껴지더라. 상대방도 자기 이야기를 더 길게 해주고, 거기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니까 굳이 준비해온 질문을 꺼낼 필요도 없어졌음. 결국 소개팅에서 중요한 건 질문을 얼마나 많이 준비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의 대답에 얼마나 제대로 반응하느냐였던 것 같음.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개팅에서 제일 피하려고 하는 질문도 생겼음. “왜 아직 연애 안 하셨어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궁금해서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인데, 막상 듣는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꽤 애매한 질문이더라. 이 질문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은데, 소개팅에서 들어봤을 때 은근히 당황스러웠던 질문 있음? 반대로 “이 질문은 대화 잘 풀린다” 싶었던 것도 궁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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